수리남 리뷰 결말 해석(야구공)

수리남은 마약 범죄라는 장르적 외피를 잠시 제거하면 그 내면은 다각도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수리남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수리남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영원히 반복되는 삶, 아버지, 홍어, 아내, 가족, 야구공을 중심으로 수리남의 감상평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수리남(조봉행) 줄거리 출연배우

 

영원히 반복 계승되는 삶의 굴레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영원히 반복 계승되는 삶의 굴레라는 관점으로 접근 가능해 보입니다. 특히 아버지의 삶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수리남 극의 초반은 강인구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강인구의 아버지

강인구는 평생을 일만 하다가 자식들과 외식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된 아버지를 보고 난 뒤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강인구 역시 가족을 일구고 아버지보다는 경제적으로 나아진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큰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리남을 강인구 중심으로 보면 자신의 아버지가 겪었던 삶의 굴레를 반복하지 않고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음 세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리즈를 모두 보고 나니 강인구 역시 결국 아버지의 삶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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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강인구가 수리남으로 향한 이유는 홍어를 유통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홍어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술안주였죠. 말하자면 아버지의 삶으로부터 가장 멀리 달아나려는 인물이 결국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얼룩진 소재로 삶을 꾸리고 있는 것이 도돌이표 같은 비유로 보였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던 분이신데요. 강인구 역시 수리남에서 사실상 마약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민간인이었던 인물이 총을 손에 쥐게 되고 누군가를 향해 발포를 하게 되니 이 역시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려던 아들이 결국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묘사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와 교회

마지막으로 이러한 굴레는 교회라는 소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데 드라마에서 다소 농담처럼 소개되고 있지만 인구가 결혼하게 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교회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아내의 조건을 그가 수락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상당히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표현되고 있죠. 집에 십자가를 걸어놓기도 심지어 그녀가 운영하는 분식집 이름이 에덴 분식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내는 교회를 상징하는 것 같은데 강인구가 수리남으로 왔다는 사실은 교회와도 멀리 떨어지게 된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수리남에서 지독한 사건에 얽히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를 나가면서부터였습니다. 말하자면 한국의 교회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는데 결국 도착한 곳이 교회이니 역시 강인구에게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강인구가 아내와 통화를 할 때마다 그 통화하는 모습을 인구의 아들이 지켜보는 장면이 거듭됩니다. 이 장면은 말하자면 강인구의 아버지, 강인구로 이어지는 아버지의 삶이라는 굴레는 강인구의 아들에게도 계승될 것이라는 일종의 예견처럼 보이는 것. 그러니까 수리남은 소위 금수저처럼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되물림이 없는 이상 아버지의 삶은 사실 세대를 거쳐 내려가도 똑같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신랄함이 녹아 있는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3가지 중독

수리남은 중독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종교와 마약 중독에 관한 것입니다. 전요환 목사는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사람들을 흔드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마지막 하나 남은 중독인데 바로 돈에 대한 중독입니다.

 

강인구는 최창우로부터 위장 잠입을 의뢰받았을 때 사례비에 대한 협상부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할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하겠죠. 그런데 그는 자신의 수당을 어떤 식으로 받을지까지도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강인구는 전요환 목사에게 ‘돈이 뿌리 깊은 나무다. 돈을 만져야 혈액순환이 잘 된다.’와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사실 두 인물은 수리남으로 오게 된 이유도 비슷합니다. 강인구가 자신의 유흥주점에 온 비리 경찰을 업어치기 한 뒤에 수리남으로 건너오게 되었다면 전요환 역시 국정원 고위 관료로 보이는 비리 공무원을 처리한 뒤 수리남으로 오게 됩니다. 게다가 강인구는 사건에 깊숙이 연루될수록 점점 대범해지고 입을 잘 터는 사기꾼의 모습을 보이는데 그가 전요환이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야구공이라는 소재를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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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의 의미

전요환 목사는 강인구에게 박찬호 사인이 되어 있는 야구공을 선물하는데 드라마는 그것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답을 주지 않지만 박찬호 사인 볼은 진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드라마에서 전요환은 야구에 광적으로 열광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야구와 관련된 것만큼은 진심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공도 당연히 진품이겠죠. 그렇다면 전 목사는 왜 그 귀중한 것을 강인구에게 주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전요환이 강인구에게 야구공을 준 것은 강인구도 전요환 자신과 같이 돈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요환 목사에게 이 세상에서 진짜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돈일 것입니다. 시종일관 돈을 우상화하는 강인구는 전요환 목사의 입장에서 진품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전요환 목사가 야구공을 강인구에게 주는 행위는 진짜에게 진짜를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중독의 치료

영화의 끝부분 강인구는 유흥주점 두 개를 받지 않겠다는 선택을 합니다. 돈의 중독이 치료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강인구는 어떻게 돈의 중독으로부터 해방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 강인구에게 가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은 강인구와 전요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강인구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기에 그 끈을 부여잡고 끝내 불의에 영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인구가 전요환의 저택에서 마약 중독이 되어 가는 아이를 보며 일종의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것도 그에게 가족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뛰어든 삶의 굴레가 어떻게 보면 강인구의 정신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켜주는 동력이 되는 모습은 반복되는 아버지의 삶이라는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인간이 악으로 빠지지 않고 있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인구와 유도

드라마에는 강인구가 전 목사가 건네준 야구공을 꽤 잘 던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배웠던 유도 덕분에 어깨가 강하기 때문이겠죠. 앞서 이야기했듯 야구공이라는 소재는 전요환이 강인구를 자신과 같이 돈에 중독된 사람에 대한 동질감의 표현 또는 신뢰를 나타내는 소재일 텐데요. 그렇다면 이것을 던져버리는 행위는 그것을 거부하려는 강인구의 의지에 대한 표현일 것입니다.

 

강인구가 위기를 돌파하는 도구로 유도의 업어치기 기술이 사용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유도는 어린 시절 강인구가 부모님 덕으로 유일하게 배울 수 있었던 무엇입니다. 강인구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유도라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신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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